디큐브아트센터-RENT 뮤지컬 렌트-2020. 6. 13.(토) 2시공연
<코로나19 이후 - 뮤지컬 방역 현황>
기다리던 뮤지컬 RENT 렌트를 보고왔습니다. 공연관람 자체의 목적도 있었지만 뮤지컬 공연의 방역 현황, 신도림 현대백화점 디큐브아트센터의 방역 현황도 궁금했습니다.
토요일 낮이라 평소 막히는 길이 잘 뚫려서 예상 도착 시간을 30분 앞당겨 주차까지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디큐브아트센터 주차장이 공사중이라고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바로 붙어있는 쉐라톤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지하 주차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바로 디큐브아트센터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지하주차장 6번 기둥근처 오피스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7층으로 올라가면 디큐브아트센터 매표소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공연 10분 전 도착한 로비와 티켓부스 앞에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공연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 건의 클래식 연주를 보러 갔을 때와 사뭇 다른 관객수에 다소 얼떨떨해졌습니다. 뮤지컬 렌트 이번 시즌 첫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관객 인원이면 8월까지 계속 되는 공연 프로그램이 거의 만석이 아닐까 예상됩니다.

공연시간에 거의 임박하자 직원분들이 분주해지고 한 층 목소리가 커집니다.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입장을 서둘러주시기 바랍니다~~!!!"
"넵~(후다닥)"


공연장 입구로 연결된 계단을 들어서기 전에, 모든 관객은 한 명씩 열감지 카메라로 온도 측정을 해야 했습니다.
이미 여러 공연장에서 여러 단계의 다양한 방역 모습을 봐 온 터라, 극장마다, 공연마다의 방역 시스템이 다르며, 각자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시컴퍼니 제작,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뮤지컬 렌트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에 모바일 자가문진표를 확인하고 들여 보내주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전 관객을 검사하진 않았고, 무작위로 2, 3명에 한 명씩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간 제 일행은 검사를 하지 않았고, 저는 (의심스럽게 보였는지) 검사를 했더랬지요. ^^



위의 두 페이지는 휴대폰에서 작성할 때의 화면이고, 입장할때는 가장 마지막 화면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혹시 공연을 보러가시는 분은 공연당일 (공연날이 아니면 작성이 불가능합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미리 문진표를 작성하시면 좋습니다.
뮤지컬 <렌트> 코로나19관련 온라인 문진표 작성
[문진표 작성 바로가기]
신시컴퍼니 문진표
m.iseensee.com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한 뮤지컬 렌트는 제가 본 클래식 공연장들의 겹겹이 하는 방역보다는 느슨해보였습니다. 관객석 또한 한 자리씩 띄어서 앉게 하거나 무관중 공연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에 비해, 전 좌석 자리에 앉은 모습이었습니다.

착석한 관객들은 거의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객석등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는 답답한지 마스크를 벗고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도 일부 볼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렌트는 역동적인 동선과 춤이 많이 있고, 주된 등장인물만 8명 (로저, 미미, 마크, 콜린, 엔젤, 모린, 조앤, 베니)에 앙상블 배우들의 합창도 많은데 이래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과 걱정이 들었습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는 성악 콘서트나, 심지어 입을 떼지도 않는 악기 연주 콘서트도 줄줄이 취소, 연기되고, 공연이 이루어지면 이중, 삼중 방역에 좌석도 한 자리씩 띄워서 앉히는 클래식 공연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관객이 공연을 원한다고 해도, 또한 흥행수입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걸려있다고 해도 안전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조심성이 부족한 모습으로 공연을 지속하다가 뮤지컬계에서 코로나 감염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는, 애꿎은 클래식 공연계에서 더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 명료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다리던 공연이라 마음껏 감동 받을 마음의 준비는 100% 되어있었습니다. 시즌 첫 공연임에도 배우들과 밴드의 연주는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미미를 맡은 아이비와 엔젤을 맡은 김호영의 실력이 대단했고, 모린 역의 전나영은 역에 대한 몰입도가 거의 빙의 수준이더군요.^^ 철거 반대를 외치는 내용을 담은 행위예술을 공연하는 장면은 극에 불필요한 자아는 진정으로 내려놓고 (정신줄 놓고) 연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대중음악을 잘 알지 못해서 가수의 이름을 들어서는 잘 모르는데, 이 공연을 보고 아이비의 놀라운 춤, 노래, 연기 실력과 진지하고 겸손한 에티튜드에 찬사를 보내며, 정말 멋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연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케릭터은 여장남자이자 애매모호한 성 정체성을 가진 엔젤이었습니다. ('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둘 다 해봤어.'라고 자신을 나타내는 엔젤이죠. 또한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엔젤이 생전에 '나는 네 애인보다 훨씬 섹시하고, 너보다 훨씬 남자다워.' 라고 했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제가 이 작품으로 강의를 할 때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고 즐겁게 감상하게 되는 넘버가 엔젤의 'Today 4 U'이기도 합니다. 김호영의 엔젤은 익히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명불허전, 정말 좋았고 심지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에서도 엔젤만 나왔다하면 눈물이 나게 되었던 것 역시 김호영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김호영은 여성에 대한 내면과 행동 연구를 아주 철저히 잘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자가 이성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하는 몸짓이나 얼굴의 각도, 표정을 기가막히게 잘 알고 찰나의 순간마다 표현되어 나오는 모습에서 여러번 감탄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좀 써볼까요?^^ 이날이 시즌 첫 공연인 것을 저는 알지 못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음향상 문제가 연주 내내 거슬렸습니다. 첫번째로, 가수들의 대사가 뭉개져서 잘 안 들렸는데, 이 문제점은 1막 보다는 2막에서 약간 나아졌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 사이 귀가 적응을 해서 좀더 잘 알아듣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우들의 딕션 실력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딕션이나 발성이 안으로 먹어서 (밖으로 또렷하게 나오지 않는) 그러한 배우와 이 문제가 아닌 배우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딕션에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배우들까지 모두가 음향문제로 가사 전달이 잘 안되어 관람하며 매우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음향문제는, 배우들의 마이크과 밴드의 음향이 서로 조화롭게 믹스가 되지 않는것이었습니다. 배우는 배우대로, 밴드는 밴드대로 매우 실력이 출중하고 충분한 연습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두 소리가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들었습니다.
뮤지컬 렌트는 음악이 계속 연결되어 나오는 sung-through 뮤지컬 중에서도 넘버의 장르와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고 짧은 호흡으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렇기에 자칫하면 뮤지컬 전체가 산만하고 귀가 쉬지 못해서 피곤한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음향과 연주가 완벽해도 이러한 위험이 있는 뮤지컬인데, 음향상태가 서로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고 언벨러스하니 가끔씩 듣기에 좀 힘들었습니다. 이 점은 아마 공연 횟수가 거듭되면서 잡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퇴장하는 모습에서 현장감이 느껴지지요?
평소에는 흥겹게 느껴질 이 장면이 경각심 측면으로 알리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이후, 극도로 방역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클래식 공연들의 방역 점수가 평균 9점이라면, 이날 뮤지컬 렌트의 공연장 방역은 5점 정도로 보입니다. 뮤지컬의 여러 작품들도 이미 여러번 코로나로 인해 공연 연기가 있어왔으나, 공연이 재개되는 작품들의 방역 역시 철저히 하기 바랍니다. 안전위에 경제의 논리를 세울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전 국민이 치룬 희생과 노력을 무겁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부디 감염자가 발생한 뒤에야 상황을 시정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한 이 공연 리뷰가 앞으로 공연을 보실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공연계에 긍정적인 작용으로써 순기능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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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4. Elena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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