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스페셜데이콘서트Ⅲ 코로나19 극복 희망콘서트
바리톤 이규봉 독창회 Tod und Liebe 죽음과 사랑
< 코로나19 이후 연주회 나들이 - 클래식 연주회 방역 현황 (예술의전당) >
5월 9일 두 곳의 클래식 연주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시에
'어버이날 기념 음악회-코로나19 극복 희망콘서트'와
바로 옆 리사이틀홀에서 8시에
'바리톤 이규봉 독창회'가 연달아 있었는데
우연히 두 연주회에서 모두 초대를 받아서 같은 건물 안
바로 옆 장소에서 편안하게 연달아 관람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음악가로써 지난 넉달간 많은 연주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는데 이제 새롭게 개최하는 연주회들이 안전할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우선 오페라극장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오페라극장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비타민 스테이션으로 들어섰습니다.
평소 무전기를 들고 연주자 출입구를 통제하거나 안내하는 직원분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들이었습니다.
대한음악사, emart 24 편의점, 카페 등 상가들도 문을 연 모습들이었고 북적이진 않지만 사람들도 꽤 보였습니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죠?
평소 코로나19 이전보다야 훨씬 한산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보여서 좋았고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습니다.
사이좋은 노부부, 데이트하는 젊은커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멋진 시민의식이 우리나라가 전세계 코로나 방역 1위국으로 우뚝 선 기염을 만들었습니다.
압권은 콘서트홀 건물에 들어설 때였습니다.
비타민스테이션에서부터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콘서트홀 서쪽 출입구들이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음? 뭐지?
하고 빙 돌아서 콘서트홀 가운데 출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직원분들이 마스크와 니트릴장갑을 착용하고
양쪽으로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열이 있는지 등을 묻는 문진표를 작성하고
대기선에 맞춰서 기다리면
한 사람씩 이마에서 체온을 측정한 뒤에 들여보내주는 순서였습니다.
특히 감탄했던 포인트는!
어떤 분께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기선에 서 계셨는데
직원분께서 "마스크 착용 부탁드립니다~"라고 이야기하고
그 분이 "마스크를 가져오지 못했는데 어떡하지요?"라고 물었을때
그 즉시 덴탈 마스크를 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콘서트에서만 제공되는 것인지,
예당 모든 공연에서 이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스크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덴탈마스크를 즉석에서 나눠주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예당의 거미줄 철통 방역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연주장에 입장하기 전에 티켓을 직원들이 받아서 확인하고,
티켓의 작은 부분을 뜯어서 가져간 뒤,
나머지 티켓을 손님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직원이 눈으로 티켓을 확인 한 후에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티켓을 뜯어서,
티켓 바구니에 넣고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더군요.
작은 아이디어이지만 큰 방역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들었습니다.
오늘의 연주는 (밤 12시가 넘어서 어제가 되었네요)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개되는 예술의전당 공연이라고 합니다.
축하하는 의미로 정세균 국무총리, 손 숙 예술의전당 이사장과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이 포인트에서 또다른 거미줄 방역 시스템이 하나 더 !
모든 관객들에게 옆 좌석을 한 칸씩 비운 뒤 착석하게 하였습니다.
티켓 발권부터가 그렇게 된 것이지요.
많은 티켓을 발권해서 공연장을 꽉 채우는 것보다
방역을 먼저 생각하여 절반의 객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관객과 연주를 향한 여러 방역 절차에서
더 안심되고 더욱 고마운 마음으로 연주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성 성악 앙상블 '이 마에스트리'와
테너 김지호, 김형찬, 이인학, 바리톤 고성현, 박정민님,
조이 오브 스트링스 앙상블과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함께한 성대하고 멋진 연주였습니다.
코로나19 극복 희망콘서트가 생각보다 늦게 마쳐서(앵콜만 5곡 정도 되었던것 같네요) 20분 정도의 휴식을 갖고
바로 이어서 바리톤 이규봉 독창회를 감상했죠.
이규봉님은 젊은 연령에 갖기 어려운 깊고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 바리톤입니다.
파워풀한 표현을 할 땐 최고의 오페라 가수같고,
시적인 표현을 할 땐 영락없는 리트 가수같으니 참 여러모로 강점이 많은 가수입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괴테의 시에 의한 3곡의 노래'
슈베르트의 4곡의 가곡 '변용', '죽음에게', '무덤 파는 사람의 향수', '마왕'
말러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쟈크 이베르의 '돈키호테의 노래'
모두 다 매우 아카데믹하고 어려운 곡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말러 가곡의 다이나믹한 표현이 좋았고
1부 마지막곡이었던 마왕 역시 근래 듣기 힘든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베르의 '돈키호테의 노래'는
우리에게 더 알려진 '라벨의 뒤씨네 공주를 향한 돈키호테'와 같은 내용으로 영화 '돈키호테'가 만들어질 때 영화사에서 5명의 작곡가들에게 의뢰한 것이었죠.
당시 영화사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이베르였다고 합니다.
요즘은 라벨의 곡이 더 연주가 많이 되는데 이베르의 작품 역시 매우 멋집니다.
라벨의 곡이 돈키호테의 모습을 다소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면
이베르의 곡은 돈키호테 자신에게 더 집중되어있습니다.
이베르의 '돈키호테의 노래'에서 제 1곡, '출정의 노래'를 호세 반담의 목소리로 들어보시죠.
두 건의 연주회를 모두 다 보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되었더군요.
분무기로 뿌리듯 잘게 내리는 비에 만물이 젖어서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었습니다.
오늘 저의 포스팅을 보니 클래식 공연장 갈 만 하겠다 싶지 않으신가요?
이렇게 각자의 수칙을 잘 지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함께 공연장 가면 좋겠네요.
봄비 내리는 밤, Sognate d'oro !
(황금 꿈을 꾸세요 : 좋은 꿈 꾸세요)
2020. 5. 9. Elena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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